베니스 성폭행범 악행, 노숙자 문제로 비화
메리 클레인(55)은 3000보를 더 걷고 싶었다. 베니스 지역의 오랜 거주자이자 조각가인 그녀는 밤 10시30분 산책을 나섰다. 늦은 밤이었지만 일일 목표 걸음인 1만보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베니스 운하 인근 스트롱 드라이브 도로변에 주차한 후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등 뒤에서 누군가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다 싶은 순간, 그녀는 눈 앞이 깜깜해지면서 의식을 잃었다. 그로부터 약 한 시간 후, 인근 몇백 피트 떨어진 곳에서도 또 다른 여성이 공격당했다. 클레인과 이 여성은 모두 성폭행을 당했다. 사건은 동일범의 소행이었다. 경찰은 사건 발생 며칠 후 용의자 앤서니 프란시스코 존스(29)를 샌디에이고에서 체포했다. 그날 밤의 연쇄 성폭행 사건은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수백만 달러짜리 주택들이 운하를 따라 자리 잡은 이 관광지는 밤에도 혼자 걷기 안전한 곳이라고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경찰의 수사결과 용의자가 노숙자였음이 드러나면서 베니스 커뮤니티 내 노숙자 문제에 대한 오랜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LA타임스가 검토한 법원 문서에는 4월6일 밤의 충격적인 세부 사항이 담겨 있다. 스트롱 드라이브 선상 한 가정집의 감시 비디오에는 클레인이 성폭행을 당한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괴한이 의식을 잃은 클레인을 주택 게이트 뒤로 끌고 가는 모습이 잡혔다. 용의자는 밝은 색 재킷, 나이키 신발, 폴로 셔츠 차림이다. 그곳에서 용의자는 의식을 잃은 클레인을 약 7분 동안 성폭행했다. 공격 후 그는 바지춤을 올린 뒤 현장을 떠나기 전 클레인을 발로 차기까지 했다. LA타임스의 보도 원칙은 성폭행 피해자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는다. 하지만 클레인은 본인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데 동의했다. 검찰에 따르면 존스의 폭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몇 분 뒤, 용의자는 클레인이 누워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오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는 잠시 그녀를 지켜보다 다시 사라졌다. 그 후 20분간 클레인은 필사적으로 몸을 일으키려 노력했지만 폭행 충격에 스스로 일어설 수 없었다. 그 사이 용의자는 다시 현장으로 돌아와 그녀의 머리를 ‘전력을 다해’ 걷어찼다. 그리고는 그녀의 머리에 두 발로 서서 밟은 뒤 현장을 떠났다. 용의자의 폭행으로 클레인의 앞니 세 개가 부러졌다. 또 그녀의 안면뼈에는 금속판과 나사가 박혀 있다. 그녀는 뇌속에 여전히 출혈이 남아있어 혈액 희석제를 복용하고 있다. 또 폭행 후유증으로 손에 감각을 잃었고 시도때도 없이 발작을 겪고 있다. 성폭행 이튿날, 현장 인근 주민들은 피 웅덩이와 이어버드, 립밤, 안경을 비롯해 깨진 위스키병을 발견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피해 신고가 없었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그 물건들을 버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LAPD가 인근에서 신고를 받았음이 드러났다. 클레인이 성폭행을 당한 지 한 시간 후, 경찰은 ‘피투성이에 의식이 없는 여성을 발견했다’는 신고를 받고 베니스 운하 인근으로 출동했다. LAPD는 주택 게이트 앞에서 또 다른 피해여성 새라 앨든(53)을 발견했다. 당시 그녀는 지면에 엎드린 채 의식을 잃은 상태로 힘겹게 호흡하고 있었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였고, 셔츠는 찢어져 있었으며 바지는 발목까지 내려가 있었다. 120피트 떨어진 곳에서는 다량의 피가 발견됐다.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매튜 버넷 LA카운티 검사는 “현장 혈흔 분석 결과 용의자는 인근에서 앨든을 폭행한 뒤 현장까지 끌고 갔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다량의 혈흔이 발견된 곳에서 앨든의 휴대폰을 발견했다. 피습당한 앨든은 한 달 넘게 혼수 상태에 있다가 지난 5월24일 결국 사망했다. 매사추세츠 출신의 보석 디자이너였던 앨든은 LA에 1년간 머물 계획이었다. 앨든 성폭행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이틀 만에 클레인 성폭행 사건과 동일범임을 확인했다. 경찰은 클레인을 공격하던 독특한 옷을 입은 용의자를 추적하기 위해 인근 CCTV에 담긴 수십 시간 분량의 영상을 분석했다. 운하 인근에서 바하 칸티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더렐 프레스톤은 업소 CCTV에 같은 옷차림의 남성이 여성들에 수차례 접근하는 장면이 담긴 것을 발견했다. 프레스턴은 이 남자가 다른 레스토랑에서 신분증을 제시했던 것을 알아냈고 경찰에 신고했다. 사건 발생 5일 후인 4월11일 존스가 체포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존스는 성폭행, 살인, 살인미수, 훼손, 고문 및 강제 성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현재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존스는 2016년 오클라호마 시티에서 음주운전 및 개방된 용기 소지 혐의로 체포됐고 라스베이거스에서도 무단 침입 혐의로 붙잡힌 전력이 있다. 하지만 폭력 전과 기록은 없었다. LAPD 한 관계자는 “폭력적인 과거가 없는 사람이 그런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존스의 변호사 다나 트라이프먼은 사건에 대해 언급을 거부했다. 클레인에게 공격 당시 상황은 여전히 안갯속처럼 뿌옇다. 그녀는 폭행당한 기억이 없고, 그저 깨어났을 때의 기억만 있다. 그녀는 피습당한 지 이틀 후에 신고했다. 의사들은 그녀에게 외상성 뇌 손상이 있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 상처가 아물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오히려 좌절감을 느꼈다. 그녀는 이번 사건이 아무도 다루고 싶지 않은 문제, 즉 베니스 지역 노숙자들의 정신 건강과 약물 문제를 상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용의자 존스가 베니스 지역 텐트촌에 거주했는지 정신 건강 문제가 있는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수사당국은 그가 그날 밤에 베니스 운하로 온 이유를 알지 못한다. 2021년 LAPD와 아웃리치 직원들은 베니스 홈리스 텐트촌에서 200명을 내보냈다. 그들은 아파트나 셸터로 사용되는 호텔로 이주됐다. 하지만 베니스 주민회의 회장인 브라이언 애버릴에 따르면 3년이 지난 지금도 노숙자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2022년 LA시정부 조사에 따르면 베니스 지역 노숙자는 1000명에 달한다. 2년전에 비해 50%로 감소한 수치다. 하지만 노숙자들의 임시 셸터를 둘러싼 주민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시정부가 운영하는 ‘브리지 홈’ 인근 범죄는 통제불능 상태다. 2020년 2월 문을 연 뒤 9개월간 폭력 범죄는 88% 폭증했다. 홈리스 거주 아파트로 건설되고 있는 ‘베니스 델 프로젝트’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베니스 불러바드 선상에 위치한 시 소유 부지에 140개의 아파트 단지를 건설해, 노숙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교육 및 취업 서비스를 지원할 예정이다. 많은 주민들은 이 프로젝트에 반대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 개발자인 베키 데니슨은 “이번 사건으로 정신 질환을 가진 노숙자들에 대한 두려움이 퍼지고 있다”면서 “이러한 두려움은 대체로 근거가 없다. 베니스 델 건물에는 4명의 관리자가 24시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폭행 피해자 클레인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당국에서 홈리스들을 돕길 바란다. 그녀는 “노숙자들을 버리거나 무시하기 보다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심각한 정신 질환 위기 상황을 우리가 무시하고 있기 때문에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클레인은 노숙자들의 정신 질환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이 나올 때까지 페퍼 스프레이를 휴대할 계획이다. 그리고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개를 입양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본인에게 벌어진 비극이 자신의 삶을 바꾸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여전히 운하를 산책한다. “제가 당한 일은 언제든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습니다. 두려움 속에서 산다면, 그건 삶이 아니죠.” ━ 원문은 LA타임스 6월18일자 ‘2 women are brutally attacked on Venice Canals, forcing debate on crime, homelessness’ 제목의 기사입니다. 노아 골든버그 기자성폭행 노숙자 노숙자 문제 베니스 운하 베니스 지역